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
에리카 홀 저, 김기성, 이윤솔 역
에리카 홀의 이 책은 '리서치'의 종류 및 방법에 대해서 저자의 경험 및 사례를 세세하게 다룬 책이다. 이에 리서치를 앞두고 있거나 직접 리서치를 해야 하는 현업의 주니어 & 시니어들이 전과(全課)처럼 해당 챕터를 읽어보고 진행해보면 좋을 것 같다.
관련해서 '컨텍스트를 생각하는 디자인'이나 '인간 중심 UX 디자인' 같은 유사한 유형의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을 경우에는 생각보다 새로운 인사이트가 적을 수도 있다. 결국, 해당 업계의 저자들 경험이나 노하우들이 비슷비슷한 것 같다.
이 책의 인상 깊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p7. 현실 세계에서 예산은 제한적이고, 일정은 터무니없다. 그리고 무엇이 가치 있는 리서치를 이루는지에 대한 내부적인 기준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 내부적인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더더욱 리서치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리서치를 수행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어 후속 업무를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p22~23. 리서치는 단순히 사용자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는 것이 아니다. 리서치는 정치적인 도구가 아니다. 응용 리서치는 과학이 아니다.
때로는 인터뷰 대상자 수를 마케팅에서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정량평가 수준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설득이 굉장히 어렵다. 이 책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정성평가를 통해 유용한 통찰력을 뽑는데 집중하라고 충고한다.
p60~61.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를 수행하기 위해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질문을 확인해보자.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만한 만족스러운 '찰칵' 소리가 들릴 때까지 리서치를 수행하라.
리서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풀고자 하는 문제의 '핵심'에 집중하여 진행해야 한다. 조사자는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문제 해결의 확신이 들어야 한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문득 이런 확신이 들어야 하는데, 확신이 안 들거나 팀원들끼리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어김없이 프로젝트가 어려워졌다.
p70. 스크리너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도움되지 않는 참여자를 섭외했을 경우 빨리 인터뷰를 종료하라.
스크리닝을 엄격하게 하면 할수록, 조건에 맞는 사용자를 찾기가 어렵다. 반면 스크리닝을 포괄적으로 하면 조사 관점에 어긋난 사용자를 찾을 확률이 커진다. 프로젝트에서 보상금을 노린 '가짜 사용자(Cheater)'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이때도 스크리닝 기준이 매우 엄격했었다.
p93. 스테이크홀더 인터뷰. 프로젝트 성공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모두 조사대상에 포함한다. 실무자, 경영진, 관리자, 분야별 전문가가 이에 포함된다. p110. 스테이크홀더 인터뷰 분석 보고서에는 프로젝트의 문제, 목표, 성공 척도, 완료 기준, 범위를 포함하여야 한다.
프로젝트의 의사결정권자가 다양하거나(주로 대규모의 조직) 프로젝트의 목표가 불분명한 경우 스테이크홀더 인터뷰는 매우 유용하다. 프로젝트의 범위와 완료 기준 및 범위를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프로젝트의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의 목표가 다른 때도 있었는데 스테이크홀더 인터뷰에서 이러한 점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었다.
p130. 인터뷰. 질문 목록은 대본이라기보다는 체크리스트로 봐야 한다.
해당 책에서는 에스노그라피에 기반을 둔 인터뷰 스킬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해당 책을 참고 바란다. 그중에서도 인터뷰 질문 목록을 '체크리스트'로 봐야 한다는 관점은 오랜 경험을 수행한 저자의 통찰력이 느껴졌다. 또한, 사용자의 컨텍스트를 왜곡하기 때문에 '포커스 그룹 인터뷰'의 불필요함을 기술하고 있다.
p142. 경쟁자 리서치. 사용자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제품이나 서비스,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업체 중 리더라고 생각하는 곳을 비교 대상에 추가하라. p144. 경쟁자 분석뿐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도 상세히 살펴야 한다.
해당 챕터가 인터뷰 다음에 나온다는 점이 일단 신기했다. pxd에서는 대부분 경쟁자 리서치를 프로젝트 초반(인터뷰 수행 전)에 수행한다. 해당 챕터가 뒤로 간 이유는 추측건대 사용자 조사를 통해 사용자 입장의 직/간접적인 '핵심' 경쟁사를 파악하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SWOT 분석을 하기에 일정 데이터가 수집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154. 휴리스틱 평가(전문가 평가). 휴리스틱 분석의 장점은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잠재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문제점을 모두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자가 다르면 찾아내는 문제들도 달라진다.
p165~166. 사용성 테스트. 사용성 테스트를 수행할 때 관찰자는 참여자의 반응, 과제 완성 시간, 실패, 장애물이 된 용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사용성 테스트의 목적은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용성 테스트 대상 섭외 시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퍼소나 혹은 목표 사용자 유형별로 섭외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테스트의 기록을 위해 영상보다는 음성 녹음을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기록된 자료를 볼 수 있는 편의성에 기반을 둔다. 그리고 테스트 보고서에 실제 유저의 멘트나 멘트 영상을 첨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사용성 테스트를 A-B 테스트 같은 정량 조사의 형태로도 진행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분석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퍼소나, 멘탈모델 다이어그램, 과제 분석 (Task analysis) 등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자세히 기술되어있으므로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추가로 이 책에 대한 이재용 님의 의견을 덧붙인다.
"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세 가지인데,
1. 우선 41쪽, 리서치를 하려고 할 때 다른 부서에서 반대하는 경우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유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반대 의견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실제로 회사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다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을 많이 겪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해 반대할 때 '이성적인 이유'를 내세우지만 많은 경우 그 뒤에는 감정적인 이유가 버티고 있다. 대개 귀찮음 혹은 두려움이 대표적인 감정들이다. 잘못될까 봐 혹은 잘못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거나, 자기가 하게 될 일이 많아지거나 복잡해질 것을 귀찮아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사람들을 설득할 때, 이 사람이 갖고 있는 감정에 그대로 부딪힌다면 해결하기 어렵다. 감정에 대해서 이해하면서 그것이 해소될 것 같은, 그럼에도 이성적으로 보여서 그럴 듯해 보이는 퇴로를 만들어 주면 설득되는 경우가 많다.
2. 49쪽에는 애자일 개발 방식과 사용자 리서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이 있다. 저자는 제프 패튼의 논문을 인용하여,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사용자들에 집중하여 자료를 얻고 즉시 처리하며 분석 과정에 팀을 포함시키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라면 해 볼 만하다.
3. 마지막으로 50쪽 사용자 연구에서 간혹 '엄밀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기업으로 옮겼거나, 에이전시/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이런 성향으로 느껴진다. 중요한 편향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것을 적절히 제거하는 정도로 염두에 두고, 엄밀성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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